삼국지를 좋아하는 분들 사이에서 관우의 최후는 언제 봐도 아쉬운 장면으로 꼽힙니다. 저도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관우가 어떻게 죽었는지 대략만 알고 있었는데, 막상 스크린에서 청룡언월도 하나를 들고 오나라 대군에 맞서는 장면을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관우의 죽음으로 시작해 아들 관흥의 복수와 성장으로 이어지는 구조, 그리고 그 안에서 반복되는 수전(水戰)과 화공(火攻) 전술의 긴장감이 생각보다 훨씬 촘촘하게 짜여 있었습니다. 관우의 최후와 청룡언월도가 남긴 무게영화 초반, 형주(荊州)를 지키던 관우가 오나라 대군과 맞닥뜨리는 장면은 솔직히 예상보다 훨씬 압도적이었습니다. 수적으로 비교 자체가 안 되는 상황에서 관우는 후퇴 대신 선봉에 서서 직접 돌격합니다. 제가 이 장면에서 주목한 ..
평생을 함께한 사람이 가장 힘든 순간에 등을 돌렸을 때, 그 상처는 얼마나 오래 남을까요. 영화 「패왕별희」는 바로 그 질문을 정면으로 던집니다. 1993년 천카이거 감독이 연출하고 장국영, 공리, 장풍의가 주연한 이 작품은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중국 영화의 정점으로 꼽힙니다. 처음 봤을 때 저는 이게 그냥 경극 배우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끝까지 보고 나서야 이 영화가 얼마나 다른 차원의 이야기인지 깨달았습니다. 시대의 폭력 앞에 선 두 사람경극학교에 맡겨진 소년 데이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이미 비극입니다. 매춘부였던 어머니가 손가락까지 잘라가며 아이를 입학시키는 장면은 보는 내내 숨이 막혔습니다. 여기서 경극(京劇)이란 중국 베이징을 중심으로 발전한 전통 무대 예술로, 노래·대사·동작·무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