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집에서 세 가족이 연달아 엄마에 의해 무너졌습니다. 이 사실을 알고 나서 영화를 다시 돌아봤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단순한 귀신 영화라고 생각했던 제 첫 판단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족공포: 귀신보다 무서운 건 따로 있었다공포 영화를 꽤 많이 봐온 편인데, 제가 직접 봐봤을 때 이 불편하게 느껴진 이유는 귀신이 나타나는 장면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우울증(depressive disorder)을 앓고 있는 엄마 명예가 새 집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조금씩 달라지는 과정, 그 변화의 속도와 방향이 섬뜩했습니다. 여기서 우울증이란 지속적인 무기력감과 감정 조절의 어려움이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정신건강 상태를 말하는데, 영화 속 명예는 거기에 더해 경제적 압박, 육..
늦은 밤 혼자 엘리베이터를 탈 때, 처음 보는 사람이 따라 들어오면 괜히 긴장되는 경험, 저만 그런 건 아닐 겁니다. 그 불안이 영화 한 편으로 완전히 다른 무게를 갖게 됐습니다. 정범식 감독의 신작 〈뉴 노멀〉은 연쇄살인, 스토킹, 익명 커뮤니티, 데이팅 앱이라는 현실 소재를 교차 편집 방식으로 엮어낸 옴니버스 공포 영화입니다. 보고 나서 한동안 편의점 문을 열 때마다 뒤를 돌아봤을 정도였습니다. 일상 공간이 공포가 되는 순간 — 배경과 맥락영화가 설정한 배경은 특별하지 않습니다. 혼자 사는 여성의 원룸, 야간 편의점, 아파트 베란다, 데이팅 앱 화면. 저도 매일 마주치는 공간들입니다. 그런데 〈뉴 노멀〉은 바로 이 익숙함을 무기로 씁니다.영화의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가스 검침원을 자처하는 낯선 남성이..
귀신이 무서운 공포영화와, 귀신이 슬픈 공포영화는 전혀 다른 감정을 남깁니다. 2007년작 한국 영화 기담은 분명 후자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무서워서 소름이 돋은 게 아니라, 끝나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죽은 사람을 잊지 못하는 마음이 이렇게 아프게 표현될 수 있구나 싶었습니다. 공포미학 — 무서움이 아니라 아름다움이 먼저였습니다공포영화가 무조건 놀라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기담을 보고 나서 그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 영화는 점프 스케어, 즉 갑작스러운 장면 전환으로 관객을 놀라게 하는 기법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대신 영화 전체에 짙게 깔린 분위기, 다시 말해 1942년 일제강점기 경성의 차갑고 고요한 공기 자체를 공포의 매개체로 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