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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영화라고 해서 골랐다가 예상보다 훨씬 무거운 감정을 안고 나온 적이 있습니다. 2020년 개봉작 <에이바>가 딱 그랬습니다. 화려한 격투와 사격이 중심인 줄 알았는데, 보고 나서 오래 머릿속에 남은 건 킬러의 액션이 아니라 그 사람이 짊어진 고독이었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두 번 돌려본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킬러 서사 — 냉혈한이라는 통념을 뒤집다
일반적으로 킬러 장르 영화라고 하면 감정 없이 임무를 수행하는 기계 같은 인물이 주인공으로 나온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절반만 맞습니다. <에이바>의 주인공은 뼈를 부수는 맨몸 격투와 눈 감고도 타겟을 제압하는 사격 실력을 갖춘 최정상급 암살자지만, 그 내면은 전혀 다른 방향을 향해 있습니다.
에이바가 조직과 충돌하게 된 결정적 이유는 타겟을 제거하기 직전, 반드시 그 사람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직접 확인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이 행동은 조직 내에서 명백히 금지된 규칙, 이른바 프로토콜 위반에 해당합니다. 여기서 프로토콜이란 암살 조직이 구성원에게 부과하는 행동 지침으로, 감정 개입 없이 명령만 수행하도록 설계된 규범을 뜻합니다.
처음에 저는 이 설정이 캐릭터의 약점을 보여주는 단순한 장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에이바의 이 질문 습관은 그녀가 자신이 하는 일의 정당성을 끊임없이 되묻고 있다는 신호였고, 그 불씨가 결국 복수극 전체를 이끄는 동력이 됩니다.
에이바를 킬러로 키운 스승 듀크는 그 누구보다 그녀를 잘 이해한 인물이었습니다. 듀크가 조직의 보스 사이먼에게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며 에이바를 감싸는 장면은, 제가 직접 영화를 보면서 감정적으로 가장 묵직하게 다가온 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신뢰가 사이먼의 손에 끊기면서, 이 영화는 단순한 액션물을 넘어섭니다.
- 에이바는 뛰어난 전투 능력을 갖추었지만 타겟의 죄값을 확인하는 습관으로 조직과 마찰을 빚습니다
- 조직 보스 사이먼은 듀크 몰래 에이바를 제거하려 하고, 이 과정에서 듀크가 치명상을 입습니다
- 듀크의 죽음은 에이바의 복수극을 촉발하는 동시에, 그녀의 감정적 붕괴를 가져옵니다
- 영화는 킬러의 냉혹한 효율성보다 인간적 균열에 더 오랜 시간을 할애합니다
제시카 차스테인은 이 역할을 위해 약 1년간 무술과 사격 훈련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결과물은 화면에서 그대로 드러납니다(출처: IMDb, Ava (2020)). 몸으로 만들어낸 액션 장면이기에 더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복수극과 고독한 결말 — 해피엔딩 없는 마무리의 무게
복수극 장르에서는 보통 최후의 한 발을 쏘고 나면 카타르시스가 온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에이바가 사이먼의 이마 정중앙에 총을 박는 장면은 분명히 통쾌합니다. 그런데 제 경우엔 그 직후가 더 기억에 남았습니다. 복수가 끝난 자리에 남은 게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에이바는 스승 듀크의 죽음 이후 정서적으로 완전히 무너집니다. 8년간 끊었던 알코올에 다시 손을 대는 장면이 있는데, 이 부분이 영화에서 가장 조용하면서도 강한 대목이었습니다. 알코올 의존증(Alcohol Use Disorder, AUD)은 단순한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라 스트레스와 외상 경험이 뇌의 보상 회로에 영향을 주면서 재발하는 신경학적 반응입니다. 여기서 AUD란 알코올 사용이 일상 기능에 심각한 지장을 주는 상태를 의미하며, 미국 국립알코올남용및중독연구소(NIAAA)는 외상과 중독 재발의 연관성을 반복적으로 보고하고 있습니다(출처: NIAAA, Trauma and Alcohol). 영화가 이 부분을 드라마틱하게 과장하지 않고 담담하게 처리한 점이 오히려 설득력 있게 느껴졌습니다.
에이바의 동생 주디, 전 남자친구 마이클과의 관계도 이 영화에서 중요한 축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가족 갈등 파트가 액션 장면에 밀려 충분히 전개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그럼에도 에이바가 마지막에 주디에게 모든 돈을 건네고 해외 대피를 지시하는 장면은 꽤 강하게 남았습니다. 8년간 방치했던 가족을 지키는 방법이 결국 스스로 곁을 떠나는 것이었다는 아이러니가, 이 영화 전체의 정서를 압축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선택은 엔딩이었습니다. 에이바는 복수에 성공하고도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목적지 없이 다시 고독한 걸음을 옮기는 마지막 장면은, 킬러라는 캐릭터 아크(character arc), 즉 인물이 이야기를 통해 겪는 내면의 변화와 성장의 궤적이 해결이 아닌 지속으로 끝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통쾌한 복수보다 그 이후의 공허함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영화였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영화 에이바, 액션 위주인가요 아니면 드라마 비중이 높은가요?
A. 액션 영화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가 직접 보니 드라마 비중이 생각보다 상당합니다. 격투와 사격 장면은 강렬하지만, 스승과의 관계, 가족 갈등, 알코올 재발 같은 감정선이 영화의 중심을 잡고 있습니다. 순수 액션만 원한다면 조금 다를 수 있고, 인물의 내면까지 보고 싶다면 만족도가 높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Q. 에이바가 타겟에게 죄값을 따지는 이유가 뭔가요?
A. 영화가 명확히 설명하지는 않지만, 제 해석으로는 에이바가 자신의 행동에 스스로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심리적 방어 기제로 보입니다. 조직에서는 금지된 행동이지만, 바로 그 질문이 에이바를 단순한 암살 도구가 아닌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요소입니다. 이 설정이 영화 전체 서사의 출발점이 됩니다.
Q. 결말이 속편을 암시하나요?
A. 에이바가 목적지 없이 다시 길을 떠나는 오픈 엔딩이라 속편 가능성을 열어둔 구조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제가 영화를 본 느낌으로는, 그 결말이 속편 떡밥보다는 이 캐릭터의 숙명적 고독을 표현하는 데 더 집중한 것으로 읽혔습니다. 어느 쪽으로 해석하든 여운이 남는 마무리인 건 분명합니다.
Q. 보스 사이먼이 에이바를 제거하려 한 진짜 이유가 뭔가요?
A. 표면적으로는 에이바가 프로토콜을 위반했기 때문이지만, 영화가 보여주는 실제 이유는 달랐습니다. 사이먼은 스승 듀크가 자신보다 에이바를 더 아꼈다는 열등감을 오랫동안 품어온 인물입니다. 그 비틀린 감정이 에이바를 제거하려는 결정으로 이어진 것으로, 조직 내 권력 다툼보다 개인적 감정이 더 크게 작동한 케이스입니다.
결론
<에이바>는 액션 스릴러의 외형을 하고 있지만, 제가 보고 나서 오래 붙잡고 있은 건 결국 한 사람의 고독이었습니다. 냉혹한 킬러라는 캐릭터 클리셰를 가져다가, 그 안에 중독, 가족 단절, 죄책감, 스승의 죽음이라는 무게를 쌓아올린 방식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완벽한 영화는 아닙니다. 조직 내부의 갈등이 조금 더 촘촘하게 설계됐다면, 복수 장면의 무게가 지금보다 훨씬 컸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해피엔딩을 선택하지 않은 용기, 그리고 복수 이후에도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킬러의 현실을 정직하게 보여준 결말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쉴 틈 없는 액션과 함께 인간적인 균열을 담은 킬러 서사를 찾고 있다면, <에이바>는 충분히 한 번 볼 만한 선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