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 여고생이 죽음의 운명을 타고난 전학생을 구하는 이야기. 처음 이 설정을 접했을 때 저는 솔직히 "또 비슷한 판타지 로맨스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봐봤더니 귀신과 부적보다 훨씬 진한 무언가가 남았습니다. 불행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행복해져도 된다는 생각조차 못 하는 사람의 이야기였거든요. 첫사랑이라 부르기엔 너무 진지했던 감정성아가 견우에게 처음 마음을 빼앗기는 장면은 꽤 코믹합니다. 법당에 거꾸로 들어온 잘생긴 전학생을 보며 "거꾸로 봐도 잘생겼어"라고 속으로 감탄하는 장면이죠. 그런데 제가 이 작품을 보면서 느낀 건, 성아의 감정이 단순한 짝사랑에서 굉장히 빠르게 다른 무언가로 변한다는 점이었습니다.견우라는 인물은 전형적인 '불운아(不運兒)' 캐릭터입니다. 여기서 불운아란 단순히 재수가..
11살짜리 천재 아이의 IQ가 시스템으로 검증 가능한 최대치인 200을 넘는다는 설정, 처음엔 그냥 극적 과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그 수치가 단순한 캐릭터 장치가 아니라 작품 전체의 문제의식을 압축한 숫자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능력이 뛰어날수록 한 인간으로 존중받기는커녕 연구 대상이 되고, 투자 회수의 수단이 되는 구조. 〈유괴의 날〉을 다 보고 나서 한참 찜찜한 기분이 남았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겉모습만 보고 판단했다가 틀린 경험일반적으로 유괴범은 아이를 해치는 사람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드라마를 처음 시작할 때 저도 그 전제를 그대로 가져갔습니다. 김명준이 딸의 병원비 때문에 절박한 상황이라는 건 이해했지만, 그래도 어린아이를 유괴한다는 선택 자체에 선뜻 공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