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판사가 직접 극본을 쓴 법정 드라마가 있습니다. 2018년 방영된 JTBC 〈미스 함무라비〉는 법원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하되, 승패보다 사람을 먼저 들여다보는 드라마입니다. 솔직히 처음엔 가볍게 틀었는데, 보면 볼수록 단순한 법정물이 아니라는 걸 느꼈습니다. 정의감이 넘치는 신임 판사와 원칙주의 엘리트 판사가 부딪히면서 '옳다는 것'의 의미를 계속 다시 묻는 구조가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공감과 원칙, 어느 쪽이 진짜 정의인가〈미스 함무라비〉의 핵심 갈등은 두 신임 판사의 충돌에서 출발합니다. 박차오름(고아라 분)은 피아노과 출신이라는 이색적인 이력을 가진 판사로, 법정에서 당사자의 감정과 사정에 깊이 공감합니다. 반면 임바른(김명수 분)은 사법연수원 수석 출신의 엘리트로, 증거와 법리 중심의 ..
솔직히 저는 《구경이》를 보기 전까지 "또 천재 범죄자 나오는 드라마겠지" 하고 반쯤 기대를 접었습니다. 그런데 첫 화에서 여고생이 냉장고 속 막걸리에 독을 넣는 장면을 보는 순간, 그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건 단순한 범죄 스릴러가 아니었습니다. 범인을 처음부터 보여주고, 그 범인을 잡으러 가는 괴짜 전직 경찰의 두뇌 싸움을 따라가는 역추적극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범인을 보여주는 드라마의 배경제가 직접 1화를 틀어봤는데, 첫 장면부터 범인 이경이 수위 아저씨를 독살하려는 모습이 그대로 나옵니다. 보통의 추리물이라면 "누가 범인인가"를 숨기는 게 기본인데, 이 드라마는 그 공식을 정반대로 뒤집었습니다. 이런 구조를 장르 용어로 '역추리 서사(inverted detective story)..
선수 생활이 끝나면 그 사람은 끝난 걸까요? JTBC 드라마 를 보면서 제가 처음 받은 질문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국제대회 메달리스트 출신 경찰들이 거대한 범죄 카르텔에 맞서는 이 작품은, 단순한 액션 수사극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생각보다 묵직한 이야기가 깔려 있습니다. 말단 순경 윤동주가 뺑소니 한 건에서 시작해 밀수, 마약, 살인 청부까지 파고드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저도 적잖이 흔들렸습니다. 스포츠 선수 출신 경찰이라는 액션 설정, 얼마나 신선한가경찰이 주인공인 드라마는 많습니다. 그런데 그 경찰이 전직 복싱 국가대표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설정 과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기 시작하니 이 설정이 작품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습니다.윤동주는 과거 도핑 루머, 즉..
내부자 거래(Insider Trading)로 적발된 증권사 임직원의 평균 부당이득 규모는 수억 원대에 달합니다. 그 사실을 드라마 클리닝업을 보고 나서야 실감했습니다. 빚에 쫓기는 청소부가 증권사 화장실에서 엿들은 정보 한 조각으로 인생 역전을 꿈꾼다는 설정인데, 보는 내내 손에 땀이 쥐어졌습니다. 단순한 통쾌함이 아니라, 이 상황이 어디까지 이해 가능한가 하는 불편한 질문이 계속 따라붙었습니다. 아무도 청소부를 의심하지 않는다 — 직업 편견이 만든 맹점용미는 청소 용역으로 하루하루를 버팁니다. 500만 원의 사채 빚, 딸의 양육권 문제, 보증금 인상 압박까지 겹친 상황이었습니다. 제가 이 캐릭터를 처음 봤을 때 느낀 건 연민이 아니라 묘한 긴장감이었습니다. '이 사람, 분명 뭔가 저지르겠다'는 예감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