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없는 사람이 돈을 갖게 되면 달라질까요, 아니면 더 나빠질까요. 영화 을 보기 전까지 저는 당연히 달라진다고만 생각했습니다. 평범한 셔틀 고등학생 강진이 우연히 사채 자금을 건드리면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돈이 사람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꽤 솔직하게 보여주는 성장 드라마입니다. 변화 — 셔틀이 사채꾼이 되기까지강진은 처음에 친구들 숙제를 대신 해주고 용돈을 받는, 학교에서 가장 힘이 없는 아이입니다. 저는 이 초반 설정이 솔직히 좀 뻔하다고 생각하며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사채업자 랑의 돈봉투 사건이 터지는 순간부터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강진은 단순히 빚을 갚기 위해 수금을 배웁니다. 채무자(債務者), 즉 돈을 빌린 사람에게 직접 찾아가 돈을 받아오는 일입니다. 여기서 채무자란 금전 거래에서 채권자..
영화 한 편이 끝난 뒤에도 두 시간 넘게 멍하니 앉아 있었던 적이 얼마 없습니다. 2022년 개봉한 가 바로 그랬습니다. 범죄 스릴러라고 소개되는 경우가 많지만, 제가 직접 보고 나서 느낀 건 그보다 훨씬 무거운 무언가였습니다. 요양보호사라는 직업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는지, 그 안에서 한 인간이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이 영화만큼 정직하게 담아낸 작품은 드뭅니다. 문정이라는 인물, 악인이 아니라 벼랑 끝 인간일반적으로 범죄 영화의 주인공은 처음부터 도덕적 결함을 지닌 인물로 묘사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의 문정은 그 공식과 완전히 다른 방향에서 출발합니다. 그녀는 비닐하우스를 거처 삼아 살아가면서도 소년원에 있는 아들과 함께 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요양보호사 일을 이어가는 인물입..
11살짜리 천재 아이의 IQ가 시스템으로 검증 가능한 최대치인 200을 넘는다는 설정, 처음엔 그냥 극적 과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그 수치가 단순한 캐릭터 장치가 아니라 작품 전체의 문제의식을 압축한 숫자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능력이 뛰어날수록 한 인간으로 존중받기는커녕 연구 대상이 되고, 투자 회수의 수단이 되는 구조. 〈유괴의 날〉을 다 보고 나서 한참 찜찜한 기분이 남았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겉모습만 보고 판단했다가 틀린 경험일반적으로 유괴범은 아이를 해치는 사람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드라마를 처음 시작할 때 저도 그 전제를 그대로 가져갔습니다. 김명준이 딸의 병원비 때문에 절박한 상황이라는 건 이해했지만, 그래도 어린아이를 유괴한다는 선택 자체에 선뜻 공감하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처음에 요세미티 국립공원 배경이라길래 어드벤처물 정도로 생각했는데, 막상 보기 시작하니 15년 전 실종된 한 여성의 진실을 따라가는 묵직한 수사극이었습니다. 평소 범죄 수사물이나 미스터리 장르를 꾸준히 챙겨보는 편인데, 《언테임드》는 단순히 범인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오랫동안 죄책감에 갇혀 있던 사람들의 내면을 함께 들여다보는 드라마였습니다. 줄거리 요약 — 추락사에서 시작된 수사극이야기는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깎아지른 절벽에서 한 여성이 추락해 숨지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현장에 도착한 ISB 요원, 즉 내무부 조사국(Investigative Services Branch) 소속 수사관 터너는 시신을 살피며 이상한 점을 감지합니다. 여기서 ISB란 미국 국립공원 내에서 발..
